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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코워킹스페이스로 2차 전직한 이유 - (1)
essay By 오지은 May 2, 2017

“2차 전직이란 게임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직업으로 바꾸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일정 레벨 이상이 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전직 후 스킬이나 체력, 공격력 등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어쩌면 다음달, 다음 분기, 다음 해도 비슷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2차 전직 이야기는 꿈같은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CC0 free image]

 

나는 ‘문예창작학과’를 다녔다. 거긴 뭐하는 과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글쓰는 과다.
시와 소설을 공부할 적에 알파고로 대두되는 4차 산업혁명 흐름이나
우버, 에어비앤비가 불러오는 공유경제 시장 같은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안 했다고 해도 동의어가 된다. 

 

3학년 때 4학년 선배들이 하는 걸 보고 따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배들 중 아무도 토익 같은 것조차 하지 않았고, 그대로 후배사랑 없이 졸업해버렸다. 

  

사실 처음부터 취준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미디어 전공 타과 수업을 듣다가 교수님이 TO가 난 언론사를 언급했다.
1학년 수업에서 벌써부터 이력서를 넣을 사람은 없었고, 그렇게 나는 어부지리로 주운 구인구직을 위해 난생 처음 이력서와 자소서를 작성하게 됐다.
이때 깨달았다.

 

 

“나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 저는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고. → 아님

  • 사교적이고 인간관계가 원만합니다. → 요즘 안 그런 사람도 있나?

  •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시는 부모님에게서 1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나... → 노잼

  • 토익 없음. 인턴 경험 없음. 자격증, 딱히 없음. (이렇게 쓰니까 오랜만에 비참해지는 기분이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필요한 것들을 찾지 못하고 마음만 앞선 시기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면접을 보자고 했는데 당일 아침날 상한 야채주스를 먹고 탈이 나 구토를 참아가며 상무와 면접을 봤다.
그런데 합격해버렸다.
나는 ‘여기서 토가 나오면 저 앞에 스댕 쓰레기통으로 달려가야지’ 이런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았다.

 

그렇게 ‘어쩌다’ 언론사에 들어가버렸다.
내가 ‘기자’가 될 거라곤 맹세컨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면접 때 흔히들 실수하는 "뭐든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탓에
나는 전공과는 1도 상관없는 ‘영상’ 부서로 가게 되었다.
쉽게 말해 영상촬영, 영상편집, 기사작성을 하는 부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인생의 쓴맛을 여기서 배웠다.
야근, 인신공격, 상명하복, 무시, 스트레스, 비효율, 비합리, 기업의 이기심 등등.
후에 주변에서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해”라고 말했지만, 그건 제3자니까 할 수 있는 말이지
나는 전혀 좋은 경험이 아니라고 여겼다.

 

이때 당시 다녔던 언론사와 한 스타트업 벤처투자사가 손을 잡고, 투자받은 스타트업을 릴레이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짬도 안 되는 내가 휴가 간 선배를 대신해 카메라 앞에 앉아 영상 인터뷰를 진행하게 될 줄이야...

 

자료조사를 하고,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하면서 ‘스타트업’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이 오묘한 기업은 뭐지. 왜 파티션과 대표실이 따로 없고, 서로 영어이름을 부르며 남다른 애사심을 가지고 있지? 

 

‘멋있다’, ‘재밌다’, ‘신선하다’, ‘부럽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이런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

 

이것이 내가 스타트업을 처음 봤을 때 느낀 감정이었다. 

 오지은 |콘텐츠 매니저

ozi0122@peachtre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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