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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한다는 것 (2)
essay By 오지은 Jun 27, 2017



'매니저(manager)' : 연예인 매니저, 운동선수 매니저, 프로젝트 매니저 등. 번역하면 '지배인', '감독'과 같이 다양한 의미로 지칭된다.

 

 

그렇다면 '코워킹 스페이스 매니저'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스타트업에서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 새로운 멤버를 맞이하는 것만큼 고민을 많이 하고 어려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우선 저는 페인트칠하고 벽돌 붙이는 것부터 다 시작해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점인데, 이후에 들어온 매니저들은 입사 후에 너무 다양한 일을 하게 되어서 자괴감도 느끼고, 적잖이 당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전에 꼭 인지하시는 게 결정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립니다. 공간 청소, 멤버분들이 잃어버린 물건 같이 찾아주기, 음식물 쓰레기 가득한 싱크대 청소하기 등등 공간 관리에 기본적인 일들이 있는데, 이러한 일들은 저 역시 마찬가지이고 모두가 같이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피치트리 대표님에게 처음 연락왔던 이메일에서 발췌해왔다. 다시 읽으니 확실히 업무 방향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사실 그전에는 '이건 내 일이 아니다', '말해봤자 나만 손해', '아이디어 내봤자 나만 야근', '돈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이런 마인드로 살았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내가 했던 일들은 진정한 '일한다'는 개념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도 되는 분위기' 속에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피치트리로 이직한 후 굉장히 다양한 순간을 만나게 됐다. 전화 응대, 방문 안내, 공간 청소, 커피 제조, 기존 멤버의 컴플레인 등... (여러분, 참고로 초면에 반말하지 맙시다.)

'콘텐츠 매니저'라는 직책으로 들어와 한 3개월간은 내가 하고자 했던 멤버들 인터뷰, 스타트업 취재에 아예 손도 대지 못했다. 

 

 

"나는 이직했기 때문에 더더욱 내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무도 압박주지 않았는데 이러한 스트레스에 스스로 시달리기도 했다. 

 

이 부분은 솔직히 스타트업에 대한 동경, 호기심만 가졌던 '스알못'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라 조금 창피하다. 하루 할당량, 내 할 일만 하며 입을 다물고 있던 내가 과연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라는 회의감을 가진 적도 있다.

 

그때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계기가 하나 있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가 인터뷰한 영상을 보게 됐는데 '장기적으로 가장 큰 리스크는 아무 리스크도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그렇다. 모든 것들은 내가 '알바'가 아니기 때문에 겪은 고민들이다. 그래서 신논현점에서 매니저 일을 하다가 상대적으로 덜 바쁜 역삼점으로 전략적 이동을 하게 되었다. 업무 환경은 훨배 좋아졌다. 이렇게 인터뷰나 칼럼도 쓸 수 있고 말이다 (감동의 눈물).

 

기획안만 써놓았던 콘텐츠 생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업무 환경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다니, 코워킹 스페이스 매니저로서 귀중한 경험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수평적 조직'이 무조건 좋고 재밌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결코 편하지만은 않다. 어딜 가나 인력수급의 어려움이 불거지기 마련이고, 업무량과 인건비는 비례한다. 스타트업들이 영어이름 부르고 대표실 없어서 좋아보이는가? 나는 이곳에 와서 '자유'에 따른 '책임감'을 가장 먼저 배웠다. 

 

억압되고 가만히만 있었던 기존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또라이가 되어 보겠다'는 다짐을 세웠다. 현재까지 어느 정도는 잘 달성하고 있다. 그냥 미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 데서 몸과 마음을 사리는 일이 적어지게끔 하고 싶었다. 이래도 되나? 말해도 되나? 했던 소극적인 태도를 타파하기 위해서였다.

 

멤버들에게, 팀원들에게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한 모습을 내보이면서 적어도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일'을 하지 않고 싶었다. 누구를 속여서 일하는 척을 하거나 월급 루팡이 아닌, 정말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일도 잘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었다. 그게 나의 목표였다.

이직을 추천해준 멤버는 '스타트업을 통해 지은님의 능력과 세계가 조금 더 확장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참 고마웠다. 누군가는 한 사람이 다양하고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열정페이'라고 치부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엔 나도 그랬다.

 

차이는 '주인의식'에 있다.

 

 

내가 원하고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어서 일하고 있는가?

함께 발전해야 하는가?

 

 

이러한 답들에 Yes를 가졌다면 더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러 왔지 돈을 버는 건 부차적이다. 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해주게끔 하는 도구, 수단일뿐. 아마 내가 큰 돈이 목적이었다면 하고 싶지도 않고 의미도 없고 심지어 불법적인 일이라도 감수했을지 모른다. 

 

이쯤에서 코워킹 스페이스 피치트리의 미션과 비전을 짚고 넘어가보자.

  • 미션 :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을 제공하자

  • 비전 :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

 

이 두 가지가 나에게 지속적으로 나아갈 동력이 되고 있다. 마크 주커버그는 또 다른 강연에서 '진심으로 세상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매우 오랫동안 여러분에게 동기를 부여할 것입니다'라고도 말했다. 갓커버그... 당신은 대체...!

 

 

나는 코워킹 스페이스 피치트리 콘텐츠 매니저로서 세상을 바꿀 사람들이 같이 세상을 바꿔 나가길 도모하고, 그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의 일과 꿈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고 스타트업 종사자, 희망자로서 사명을 나누고 싶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당신에게 도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지은 | 콘텐츠 매니저

ozi0122@peachtre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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